SM엔터테인먼트는 1995년 창립 이후 K-POP 산업의 뿌리를 내리고, 글로벌화를 이끈 가장 상징적인 기획사입니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문화 기술(Culture Technology)’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SM만의 독창적인 음악 시스템과 세계관 중심의 기획력을 통해 수많은 글로벌 아티스트를 배출했습니다. 그러나 2023년, 오랜 기간 회사를 이끌어온 이수만이 경영 일선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나면서 SM은 창립 이래 가장 큰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수만 퇴임 이후의 구조적 개편, 음악 및 아티스트 전략 변화, 그리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SM의 새로운 비전을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이수만 퇴임의 배경과 구조적 변화
이수만 퇴임은 단순한 은퇴가 아닌, 내부 갈등과 외부 압력에 의한 강제적 변화의 결과였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SM의 음악 제작은 이수만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을 통해 이루어졌고, 이는 회사 내부적으로도 수익 분배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2022년부터 주주들과 경영진은 이수만과의 계약 해지를 본격적으로 논의했고, 이는 SM의 구조 개편 요구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2023년 초, 하이브와 카카오가 SM의 지분 인수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경영권 분쟁이 폭발했고, 그 과정에서 이수만은 공식적으로 퇴임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SM은 ‘SM 3.0’을 선언하며, 다중 제작 센터(Multi Production Center) 체제를 도입했습니다. 기존에는 이수만 개인의 프로듀싱 감각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여러 독립 제작 조직이 동시에 아티스트 기획 및 음악 제작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전환된 것입니다. 이로 인해 한 명의 결정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스타일과 콘셉트의 실험이 가능해졌습니다. SM은 또한 ‘이사회 중심 경영’을 선언하며, 전문 경영인을 중심으로 한 투명하고 체계적인 구조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조직 개편이 아닌, 기업 철학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음악 스타일과 아티스트 전략의 변화
SM의 음악은 오랫동안 ‘SMP(SM Music Performance)’라는 장르로 대표되었습니다. H.O.T,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EXO 등은 강한 비트, 치밀한 구성, 서사 중심의 콘셉트를 특징으로 한 음악을 선보였습니다. 이러한 스타일은 K-POP이라는 장르 자체를 정의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일관되고 고정적인 이미지라는 비판도 받아왔습니다. 이수만 퇴임 이후에는 음악의 방향성이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대표적으로 2023년 데뷔한 신인 보이그룹 ‘라이즈(RIIZE)’는 SMP 스타일이 아닌 감성적이고 트렌디한 팝 장르의 음악으로 주목받았습니다. ‘Get A Guitar’는 감성적인 코드 진행과 일상적인 메시지를 담아 기존 SM과는 다른 결을 보여주었으며, 이는 제작 팀의 자율성과 새로운 기획 전략의 반영으로 평가됩니다. 또한 에스파(aespa)의 경우도 변화가 뚜렷합니다. 데뷔 초에는 AI 세계관과 초현실적 콘셉트 중심의 음악을 선보였지만, 이후 ‘Better Things’, ‘Drama’ 등에서는 감정과 현실 기반의 메시지를 담은 곡으로 변화하며 콘셉트의 확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다중 제작 체제의 장점으로, 아티스트의 참여도가 높아지고 팀마다 독자적인 방향성을 추구할 수 있게 된 결과입니다.
SM의 새로운 비전과 글로벌 전략
SM은 이제 단순히 음악 제작사에 머무르지 않고, 아티스트 IP(Intellectual Property)를 활용한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강조되는 전략 중 하나는 ‘SM 3.0 프로젝트’의 핵심인 ‘IP 기반의 확장 사업’입니다. 음악, 공연, 드라마, 웹툰, NFT, 메타버스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아티스트의 브랜드를 확장하고 있으며, 이는 팬덤 기반의 수익 구조를 강화하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SM은 또한 카카오의 플랫폼과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콘텐츠 유통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멜론이나 카카오페이지, 카카오톡을 통한 음악 및 영상 콘텐츠 유통뿐만 아니라, 카카오엔터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미국 및 일본 시장 진출도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SM은 미국 현지 오디션, 유럽과 동남아시아에서의 글로벌 캐스팅 등을 통해 ‘현지화된 글로벌 그룹’ 전략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SM은 궁극적으로 ‘글로벌 음악 플랫폼 기반 콘텐츠 유니버스’를 구축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음악, 영상, 커뮤니티, 굿즈, 공연 등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한 통합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인 트렌드가 아닌, SM이라는 브랜드가 미래를 준비하는 장기적인 전략의 일환입니다.
이수만 퇴임 이후 SM은 단지 한 명의 인물이 떠난 것이 아니라, 체계와 철학, 방향성 전반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중 제작 센터 도입, 음악 장르의 다양화, 글로벌 지향 전략 등은 SM이 단지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미래패러다임을 열어가려는 의지를 반영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SM뿐만 아니라 K-POP 전체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며, 기획사의 역할, 아티스트의 자율성, 팬과의 관계 형성 방식 등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