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30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 SM의 음악을 들으며 학창 시절을 보냈을 것입니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SM엔터테인먼트는 H.O.T를 시작으로 S.E.S, 신화, 보아, 그리고 동방신기까지 당대 최고의 스타를 배출하며 K-POP의 전성기를 열어갔습니다. 지금도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 학창 시절의 감정, 친구들과의 대화, 그리고 그 시절의 분위기가 떠오릅니다. 이 글에서는 30대가 함께 기억하는 SM의 황금기, 그리고 그 시절 우리가 왜 그렇게 SM의 음악과 아티스트에 열광했는지를 따뜻한 시선으로 되짚어보겠습니다.
H.O.T와 S.E.S: 첫사랑처럼 다가온 K-POP의 시작
1996년 H.O.T가 데뷔하면서 K-POP의 서막이 열렸습니다. 당시만 해도 아이돌이라는 개념이 낯설던 시절이었지만, 하얀 교복을 입고 등장한 다섯 소년은 단숨에 10대들의 우상이 되었습니다. ‘전사의 후예’와 ‘캔디’는 그야말로 시대의 명곡이 되었고, 매주 음악 방송이 방영되는 날이면 H.O.T의 무대를 보기 위해 TV 앞에 앉아 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특히 H.O.T는 단순한 가수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 현상이었습니다. 거리마다 그들의 사진이 담긴 팬시용품이 넘쳐났고, ‘팬클럽’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것도 이때였습니다. 동시에 여성 아이돌의 전성기를 이끈 S.E.S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유진, 슈, 바다로 구성된 이 세 명의 소녀는 청순하고 맑은 이미지로 사랑받으며, ‘I'm Your Girl’ 같은 히트곡으로 당시 여학생들의 워너비가 되었습니다. 30대인 지금, 이들의 노래를 우연히 들으면 마치 오래된 앨범을 펼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첫사랑을 떠올리는 것처럼, 학창 시절의 설렘과 순수함이 함께 떠오릅니다. 지금의 K-POP이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그 시작에는 분명 H.O.T와 S.E.S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출발점을 함께했기에 더욱 특별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것이겠죠.
신화와 보아: 성장기의 우리와 함께한 별들
시간이 흘러 1998년, SM은 또 다른 보이그룹 ‘신화’를 선보입니다. H.O.T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무장한 이들은 안정된 라이브 실력과 팀워크로 점차 팬층을 넓혀갔습니다. 특히 신화는 오랜 시간 팀을 유지하며 팬들과 함께 성장한 대표적인 그룹입니다. 지금의 30대는 그들의 데뷔와 함께 사춘기를 보냈고, ‘T.O.P’, ‘Perfect Man’, ‘Brand New’와 같은 곡은 그 시절 친구들과 따라 부르던 노래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SM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 바로 ‘보아’입니다. 13세 나이에 데뷔해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톱스타로 성장한 그녀는 우리 세대가 ‘아시아의 별’이라는 타이틀을 실감하게 만든 인물이었습니다. ‘No.1’, ‘Valenti’, ‘Atlantis Princess’ 등은 지금도 많은 이들의 플레이리스트에 남아 있으며, 무대 위에서 당당하고 열정적인 모습은 10대였던 우리에게 큰 자극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 시절 우리는 어쩌면 보아를 통해, 같은 또래의 소녀가 어떻게 세계로 뻗어나가는지를 지켜보며 가능성과 꿈을 키워갔는지도 모릅니다. 그녀의 무대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우리 삶 속 ‘도전’이라는 단어를 선명하게 새겨준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그 시절의 음악을 들으면, 왠지 모를 위로와 따뜻함이 느껴지는 건 그때의 감정이 아직 마음속에 남아 있기 때문일 겁니다.
동방신기와 SM의 전성기: 열정과 눈물의 시절
2003년, SM은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습니다. 다섯 명의 멤버로 구성된 ‘동방신기’는 데뷔와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Hug’로 시작된 그들의 활동은 ‘Rising Sun’, ‘Mirotic’ 등으로 이어지며, 단순한 아이돌을 넘어 하나의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동방신기의 무대는 완벽한 안무와 강렬한 퍼포먼스, 그리고 안정된 보컬까지 갖추며 많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우리는 시험 공부를 하다가도 동방신기 컴백 무대가 있다는 소식에 TV 앞으로 달려가곤 했습니다. 팬카페에 가입하고, 공식 굿즈를 사고, 친구들과 학교에서 팬레터를 쓰던 그 모든 순간들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동방신기의 등장은 단순한 스타의 탄생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하나의 ‘의미’가 더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들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멤버 이탈과 재정비 등 어려운 시기를 지나면서도, 남은 멤버들은 끝까지 팀을 지키고 무대에 서며 팬들과 함께 성숙해졌습니다. 그들의 이런 모습은 우리에게 감동을 넘어 삶에 대한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그들을 사랑한 이유는 단지 노래나 외모 때문만이 아니라, 힘든 시기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동방신기를 통해 우리는 K-POP이 단순한 음악 장르가 아닌, 감정과 스토리, 그리고 함께하는 시간의 기록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지금도 그들의 노래를 들으면 당시의 우리 모습이 떠오릅니다. 꿈을 꾸고, 사랑하고, 아파했던 그 시절의 우리를요.
30대가 된 지금, 우리는 더 이상 CD를 사기 위해 줄을 서거나, 밤새 팬레터를 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음악을 통해, 영상 속 그들의 모습을 통해, 여전히 그 시절의 감정과 추억을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H.O.T, S.E.S, 신화, 보아, 동방신기. 이 이름들 하나하나가 우리에게는 단순한 연예인이 아니라, 함께 자라온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세월은 흘렀지만, 그 시절 우리가 느꼈던 설렘과 감동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SM은 여전히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하며 K-POP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그 과거 또한 현재를 빛나게 해주는 소중한 유산입니다. 그리고 그 유산을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한 우리 세대는, 누구보다 K-POP의 진정한 팬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